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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다시 불붙은 미·중 공급망 패권 전쟁

미·중 패권 경쟁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중국과 대만의 양안 갈등까지 고조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전쟁과 통상 환경 급변, 팬데믹과 자연재난 등을 겪으면서 위기 상황에서 안정성을 담보하는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 패러다임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상무부는 1월 중에 자동차·항공우주·방산 분야 100곳 이상의 미국 기업을 상대로 범용 반도체 수급 실태를 파악하겠다고 얼마 전에 발표했다. 첨단 반도체에 이어 미국의 범용 반도체 공급망 단속도 핵심 표적은 중국이다. 미국은 자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발 안보 위험 차단을 노린다.   중국이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수출 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을 새로 발표하면서 희토류의 채굴·선광·정련 기술을 수출 금지 목록에 추가했다. 희토류는 스마트폰·전기차·풍력터빈 등 최첨단 제품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희소금속이다.   중국이 지구촌 희토류 생산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희토류 채굴의 68%, 제련의 94%가 중국에서 이뤄진다. 이번 규제 목록에 포함한 제련까지 합하면 시장 점유율이 90%에 이른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의 대중국 첨단 기술 수출 통제에 대한 맞대응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대만·일본·네덜란드 등 반도체 국가들과 연대해 첨단 반도체 기술과 설비 수출을 막았는데도 중국이 받은 타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막대한 보조금을 받은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구형 장비와 기술로 세계 반도체 시장의 75%를 차지하는 범용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2차 반도체 공급망 전쟁’ 와중에 대중국 제재 동참을 한국에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세계 1위이지만, 중국산 반도체를 사용하지 못하면 한국이 생산하는 가전제품·스마트폰·자동차 등의 가격 경쟁력에 문제가 생긴다.   지난해 8월 미국 정부가 북미 지역에서 조립된 전기차에만 전액 보조금을 지원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면서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예상하지 못한 불이익을 당했다. 만약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동조하는 한국에 중국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해상풍력 산업 분야의 소재·부품 공급을 제한하면 한국은 또 타격을 볼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산업통상자원부가 시행한 풍력 설비 경쟁입찰에서 5곳이 선정됐는데 이들 중 2곳에 중국산 터빈 도입이 검토된다고 한다. 풍력 발전에서 날개(블레이드)와 터빈이 핵심인데 중국산 제품이 유럽산보다 30~40% 가격 경쟁력이 있다. 터빈의 발전기 구동을 위해 반드시 들어가는 재료가 희토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면 한국의 해상풍력 산업에 악영향이 생길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소부장 및 공급망 안전화 특별법’ 시행과 함께 ‘산업 공급망 3050 전략’을 발표했다. 반도체 희귀 가스(네온·크세논·크립톤 등)·흑연·희토류·요소 등 185개 공급망 안정 품목을 선정해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중국의 위협에 대한 대비 차원이다.   한국의 주요 수입 품목별 해외 공급망 의존도를 분석해 보면 절반 이상이 중국산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중국산에 의존해왔다. 이렇다 보니 요소수 수급 차질 사태처럼 중국의 갑작스러운 변심에 따라 공급망 생태계가 휘청거렸다.   정부는 주요 품목의 가격 경쟁력, 기술력, 희소가치 등 다양한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공급망 다변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공급망 다변화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급선무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대체 공급선이 중국보다 지나치게 비싸면 공급망 다변화가 무의미하다.   중국이 주요 광물자원의 공급망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 채널 가동도 필요하다. 미국을 제외한 일본·호주 등이 중국에 호감이 있어서 중국과 우호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전략을 총동원해 실리 외교에 나선다. 우리도 새해에 해외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국익의 파이를 최대한 키워야 할 것이다. 강천구 /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시론 공급망 패권 반도체 공급망 글로벌 공급망 첨단 반도체

2024-01-17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 일·중 공들이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 한국은 무관심

밖에 나오면 안이 더 잘 보이는 법이다. 하버드대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동의한다. 서울을 떠나 보스턴에 머물면서 객관적으로 한국의 위상을 곱씹어 보게 됐다고 한다.     특히 미국의 핵심 두뇌집단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의 경험은 특별하다고 강조한다. 이곳에선 미국의 브레인과 오피니언 리더들을 자신의 네트워크로 확보하려는 세계 각국의 경합이 뜨겁다. 일본, 중국, 대만 등은 정부, 기업, 학계를 통한 다차원적 네트워킹에 공을 들인 지 오래다. 반면 한국의 존재감은 희박하다. 한류의 인기에 으쓱해진 채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박 전 장관에게 들어본다.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으로 주요 관심은.       “정치에서의 디지털 민주주의와 인공지능(Digital Democracy-AI in Politics)이 주요 관심분야다.  지난 4월 이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는데, 하버드 대학신문인 ‘하버드 크림슨’에서 관심있게 보도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았고 질문도 많이 나왔는데, 한국의 IT와 앞으로 다가올 AI 미래사회에 대한 전개 방향과 규제에 관심이 많았다. 미중 갈등 속 반도체 문제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는 하버드 웨더헤드 국제문제 연구소(Weatherhead Center for International Affairs)의 스칼라 프로그램도 함께하게 된다.”     -반도체에 관심을 둔 계기는.     “반도체는 미중갈등의 핵심이다. 첨단 반도체 기술의 지배력은 곧 글로벌 기술패권과 군사 안보의 핵심이다. 미국은 미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최신 첨단 전략무기의 명중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데, 여기에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미국은 베트남전 패전의 원인 가운데 재래식 무기의 오발률이 매우 높았다는 점을 반성하며  전략무기 개발을 시작했다.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기에 센서와 통신이 필요했고, 그래서 칩을 정착한 무기개발이 시작됐다. 그 칩의 핵심이 반도체인데 센서를 통한 감지능력과 정확한 거리 계산을 해내는 기능이  주효했던 것이다.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의 미소 군축협상도 미국의 반도체칩을 장착한 유도미사일 개발과 무관하지 않다. 반도체 기술이 뒤졌던 소련이 미국의 유도 미사일에 맞서는 요격 미사일 개발을  힘겹게 느꼈으니 말이다.)  칭화대 화공학과 출신인 시진핑은 반도체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집권 후 국가주도적으로 반도체 첨단기술 투자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여기에는 막대한 국가보조금은 물론 기술 탈취도 포함된다.  중국의 이러한 상황을 가볍게 여기던 미국이 이제는 더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데, 좀 늦은 감도 없지 않다. 이는 한국의 미래와도 직결된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상황은 어떤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시각은 메모리칩을 잘 제조하는 나라, 메모리칩의 점유율이 높은 나라 정도다. 이에 비해 대만의 TSMC는 첨단 반도체를 제조하는 공장으로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또 일본에 대해선 반도체 소재 등 원천기술 보유국으로서 그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일본산 반도체 수입규제 이후 그 자리를 메워 온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한국 반도체 산업도 이제 변곡점에 접어들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하버드에서도 한류 확산을 실감하나.     “K-컬처는 확실히 미국 젊은이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아직 하버드에서의 한국의 존재감은 미약하다.  첫째, 한국학연구소의 규모가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너무 왜소하다. 그리고 연구소에서 하는 행사도 너무 고전적인 주제들을 다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둘째, 일본의 경우 웨더헤드센터에 미일 관계 프로그램이 있고, 이 분야를 담당하는 교수도 여럿 있다. 페어뱅크 센터(Fairbank Center)라는 엄청난 규모의 연구소는 중국 관련 연구와 행사를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한국은 아직 이러한 아카데미 분야를 뚫고 들어오지 못한 상태다. ” 하버드 크림슨에 따르면 2019년 8월~2022년 3월 하버드대가 중국에서 지원받은 금액은 약 7000만 달러에 달한다.   -한국 기업들의 지원은 없나.   “최근엔 눈에 띄지 않는다.  과거 김우중 대우 회장이 기부금을 내 케네디스쿨에 ‘대우교수’를 만든 적이 있다. 당시 아시아 연구라는 포괄적인 카테고리를 설정해 기부했는데, 지금은 그 자리가 중국 전문가로 채워져 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에는 아직 한국인 교수가 한 명도 없으며, 한국에 대한 시각을 넓히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곳 졸업생들의 상당수가 백악관과 미국 정계 또는 세계 각국의 정관계로 진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적 네트워킹과 관련한 국가전략적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삼성은 할 만할 텐데.     “올 가을 학기 반도체 심포지움엔 대만의 TSMC 등에서 대규모 사절단이 온다. 이들은 지난 봄 학기 반도체 세미나에서도 ‘TSMC는 미중 갈등 속에서 대만의 보험이다’라고 노골적으로 말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은 없다. 삼성에 물어보니 세미나에 초대받지 못했다더라. 참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일본과 대만 등이 하버드에 지속적인 지원을 한다는데.     “일본은 전략적으로 하버드를 지정해 정부와 기업의 유학생들을 보내고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외국 유학 좀처럼 가지 않는다는 일본인들도 유독 하버드엔 바글바글하다. 웨더헤드센터의 미일 프로그램만 해도 15명의 일본인 연구원들이 있는데 상당수가 재무성, 외무성 관료와 교수들이다. 그들은 이곳에서 미국 정관계 인사뿐 아니라 학계의 오피니언 리더들과 친분을 쌓는다. 한국에선 젊은 신참 공무원이 나오는데 비해, 일본에선 실무경험이 제법 쌓인 중견 또는 고위급 관료가 나오니, 이곳에서의 활동 폭에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주미한국대사관이나 보스턴 총영사관은 관심을 두고 있는지.   “아쉬운 부분이다. 좀더 관심과 신경을 쓰면 좋겠다. 특히 보스턴 총영사관은 동포업무도 중요하지만 하버드에서 개최되는 각종 세미나 등에 활발하게 참석했으면 좋겠다. 하버드뿐 아니라 대학도시 보스턴에서 공부하는 세계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을 알리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보스턴 총영사의 공식적인 직무 설계(job-description)를 그런 방향으로 수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생각해볼 게 있다. 봄방학 때 이스라엘, 일본, 유럽 국가들은 재학생 대상의 국가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여비 절반을 보조해 주고 정치인들과의 미팅도 주선해 준다. 한국의 경우 가고 싶어하는 학생들은 많은데 주선해주는 곳이 없다.”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케네디스쿨 하버드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 첨단 반도체

20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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